고이즈미 개혁에 '날개'…우경화 정책 강화 우려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36분


29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예상대로 압승, 고이즈미 총리의 ‘성역 없는 개혁’ 노선은 날개를 단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가 등장하기 전인 4월 이전만 하더라도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민주 공산 사민당 등 야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고 자민 공명 보수당의 연립 3당 정권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높은 인기가 정국 흐름을 뒤바꿔 놓고 말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선전〓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노선에 대해 유권자는 지지를 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70%가 넘는 높은 인기를 업고 “약속대로 구조개혁과 부실채권 정리, 공익법인의 민영화 등을 착실히 시행할 수 있도록 자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각 지역에서 열린 고이즈미 총리의 지원유세에는 98년 참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여성과 청년층이 몰려 자민당 의석 확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인기가 투표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3년 전 선거 때의 58.8%에 비하면 투표율은 3% 정도 떨어진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자민당이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야당의 고전〓개혁을 최대 무기로 내세웠던 제1야당 민주당은 고이즈미 총리의 등장으로 존재 가치가 희미해졌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줄곧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노선은 내용이 없다”고 공격하면서 “개혁 원조는 바로 민주당”이라고 호소했으나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야당은 의석을 잃었거나 예상했던 의석 증가에 실패한 반면 자민당이 약진함으로써 야당은 더욱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화될 자민당 내 갈등〓자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자민당 내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는 정권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빼앗긴 뒤 “참의원 선거 때까지만 참자”고 말해 왔다. 파벌세력에 따라 공천을 했기 때문에 하시모토파 소속 의원은 조금 더 늘어났다.

이들은 앞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노선이 본격화되면 기득권을 잃을 것으로 판단해 조직적으로 반개혁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월 말경 제출될 2002년 예산안이 중요한 변수다. 지금까지 비주류의원이 표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공공사업비 등이 대폭 삭감된다면 비주류의 저항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가 9월 총재선거 때까지는 비주류파를 달래다가 총재에 재선임되면 중의원 해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당내 세력 정비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많다.

▽주목되는 대외정책〓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후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강조해 왔다. 참의원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아시아 무시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방법으로 우경화 분위기에 장단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