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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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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이번 시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이라크 등의 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억달러를 투입해 실시한 이번 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이 같은 선언을 더욱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3차례의 미사일 방어체제 시험 중 1차만 성공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시험의 성공은 미사일 방어체제 관련 기술이 그 사이 상당히 진척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차 시험은 요격체의 냉각 파이프 이상으로, 3차 시험은 요격체가 로켓 추진장치에서 분리되지 않는 바람에 각각 실패했다. 이와는 달리 이번 시험에선 요격체가 모의 탄두와 교란 장치를 구분, 정확하게 모의 탄두를 요격했다.
이에 따라 미사일 방어체제의 기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울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체제 기술이 완성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러시아 중국 등의 반대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둘러싼 외교적 논란과 군비경쟁의 우려 또한 증폭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 방어체제의 추진에 따라 72년 구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깰 상황이 몇달 안에 닥칠 것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 미국은 ABM 협정을 냉전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면서 이를 무시하고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한다는 방침. 그러나 러시아는 ABM협정을 준수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외교적 절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도 미사일 방어체제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체제를 실현하려면 아직도 많은 외교 난제를 풀어야 한다.
미사일 방어체제 책임자인 로널드 캐디시 공군중장은 14일밤 시험 성공 사실을 발표하면서 “긴 여정 가운데 이제 한 정거장을 통과한 것에 불과하다” 고 말한 것은 이런 난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은 2004년초 에 초기 형태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 앞으로 18개월 동안 4∼6번의 추가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