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야당 화해 움직임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35분


군사독재국가 미얀마에 최근 민주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야당 인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에서는 조만간 국민정부가 수립될 것이라는 고무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올 초부터 최근까지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소속 인사 200여명을 교도소에서 석방하거나 가택연금에서 해제했다. 이로써 1998년 민주화 운동 이후 군사정권에 의해 구금됐던 주요 인사가 대부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7일 수지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모든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정부는 지난달 수도 양곤에 있는 NLD 사무실 40개 가운데 18개의 재개설도 허용했다.

군사정부와 야당의 화해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수지 여사와 군사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진행돼 온 민주화 협상의 결실이다.

미얀마 군부지도자들과 가까운 태국의 차왈릿 용차이윳 국방장관은 7일자 태국 네이션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세력이 국민정부 설립 계획에 참여해 일하게 되면 과거 적대 세력간 신뢰가 구축될 것이며 얼마 후 국민정부가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리를 지낸 차왈릿 장관은 88년 태국군 사령관으로서 미얀마에 대한 국제적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로 미얀마 군사정부 지도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국내외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야당과의 타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국제사회는 그동안 미얀마가 민주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제제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지난달에는 조이 라잘리 이스마일 유엔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해 군사정부 관계자들에게 민주화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은 9월 열리는 총회에서 미얀마의 정치 상황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정권과 수지 여사의 민주화 협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미얀마에는 아직도 1700여명의 정치범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군사정부는 민주화 요구 시위가 발생할 경우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에 저질러진 인권 유린 행위 등에 대한 ‘과거 청산’ 문제도 난제 가운데 하나. 군사정부는 민주화 이행의 조건으로 과거에 저지른 모든 행위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고 있어 수지 여사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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