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겨냥 핵미사일 50基 폐기"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37분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는 대신 핵미사일을 감축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핵미사일 감축조치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미 국방부가 일명 ‘MX 핵미사일’로 잘 알려진 피스키퍼 핵미사일 50기를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하고 27일 의회에 제출한 2002회계연도 (10월∼내년9월) 국방예산안에도 이를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MX는 러시아의 핵미사일 격납고를 파괴할 능력을 갖춘 다탄두 핵미사일로 1980년대 미국 전역에 배치됐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MX 미사일 폐기 결정을 내리면서 “이는 부시 대통령이 밝혀온 핵무기의 전반적인 감축 방침에 따라 이뤄지는 조치”라고 말했다고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5월초 MD체제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전략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감축해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MX 미사일 폐기 작업이 언제 마무리될 것인지, 핵탄두까지 폐기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 행정부가 MX 미사일을 폐기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며 국방부는 이를 위해 조만간 미 의회에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때 러시아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Ⅰ이 정해놓은 수준 이하로는 핵무기를 감축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묶어놓았기 때문.

그간 미국의 MD 추진이 군비확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러시아의 핵무기 추가감축 제안을 거부해온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 감축을 선언한 것은 러시아가 반대하는 MD 구축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50기의 MX에 탑재된 500개의 핵탄두가 모두 폐기된다 해도 미국이 보유한 전략적 핵미사일에 탑재된 핵탄두는 6700개나 남아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27일 총액 3290억달러 규모의 2002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2001회계연도 국방예산보다 184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이같은 증가폭은 80년대 중반 이후 최대 규모이다.

한편 러시아측은 이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핵미사일 일부 폐기 방침에 대해 즉각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은 이날 1970∼80년대에 만들어진 대륙간탄도 미사일 SS19를 시험발사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현재 140기가 실전배치돼 있다. 군사관측통들은 이번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는 미국의 MD추진에 대한 경고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치영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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