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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2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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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주심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21일 자유로운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 헌법 제1조의 정신에 따라 불법 도청한 개인간의 통화내용이나 e메일이라 하더라도 언론사가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이를 얻었다면 도청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9명의 대법관 중 윌리엄 렝퀴스트 대법원장 등 3명은 이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취재원이 설혹 정보를 불법적으로 얻었더라도 언론기관이 이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면 이를 공개하는 것을 처벌할 수 없다"면서 "제3자의 불법적인 행위가 공공의 관심사를 밝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의 보호막을 거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사생활 공개는 금지해야 하지만 공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우선한다"며 그러나 "언론사라고 할지라도 취재 목적으로 도청을 해서는 않된다"고 못박았다.
이번 판결은 사생활 보호 보다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언론 자유'에 더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93년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라디오 방송국이 익명의 제보자가 교원노조 간부 2명의 핸드폰 통화내용을 불법 녹음해 방송하자 이에 반발한 교사들이 사생활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
미국 법무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언론기관의 경우도 도청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도청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연방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마저 패소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