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어 실언 파장]부시 강경 발언 신냉전 재연 우려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3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미 주요 언론과 잇달아 인터뷰를 갖고 최근의 관심사인 미중관계에 대해서 많은 발언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대만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 중국과 대만 어느 쪽에도 미국이 유사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던 미 정부의 전략에서 벗어나 너무나 분명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다시 중국을 자극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런 의무가 있으며 중국은 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인 찰리 깁슨이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서 지킬 의무가 있느냐”고 묻자 부시 대통령은 “대만의 방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변, 무력사용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또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그것은 분명히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CNN방송과의 회견에서는 “우리는 대만의 방어를 돕겠지만 동시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며 중국과 대만의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미국 대통령이 대만 방어 및 군사력 사용가능성을 밝힌 것은 79년 대만의 방어에 관한 미국의 의무를 규정한 대만관계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대만 방위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발언했다”고 비판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철회한 것은 중대한 정책변화로 미국과 대만 어느 쪽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