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루상공서 선교단체 비행기 마약밀수機 오인 사격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2분


미국 정찰기가 이번에는 페루 상공을 날아가던 선교단체의 비행기를 마약 밀수기로 오인, 페루 전투기에 격추를 지시해 문제가 되고 있다.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일 미국인 전도사 부부 등을 태운 세계복음침례교협회 소속 경비행기에 대해 미국 정찰기의 지시를 받은 페루 전투기가 사격을 가해 여성 전도사와 아기 등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세계복음침례교협회는 미국 국적의 이 경비행기가 브라질을 출발해 리마 북동쪽 1000㎞ 지점의 이키토스 쪽으로 날아가다 페루 전투기의 사격을 받았으며 비행기에 타고 있던 베로니카 바워스(35)와 생후 6개월 된 양녀 등이 즉사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인 케빈 도널드슨은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나 수상착륙장치를 이용해, 아마존강에 경비행기를 비상 착륙시켰으며, 동승했던 바워스의 남편과 아들은 무사했다. 도널드슨은 페루 전투기는 선교 비행기를 격추하기에 앞서 어떤 경고도 하지 않았으며 비상착륙한 뒤에도 계속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정찰기 승무원들은 선교 비행기를 추적하며 마약 밀수기로 의심해 인근의 페루 전투기에 조사를 요청했으나 격추 지시를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문제의 정찰기는 국방부 소속은 아니며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루 군 당국은 유감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선교기 격추는 미 정찰기의 촉구에 따른 것이었으며 선교기가 페루 전투기 조종사의 지시를 무시했다”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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