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작년 대북협상때 보수언론 배제”

  • 입력 2001년 4월 20일 00시 13분


국제 언론자유 감시기구인 '국경없는 기자들 (RSF)'은 18일 세계 146개국 언론자유 실태를 담은 2001년판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통일협상이 위태롭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수적인 언론매체와 비판적인 언론인을 배제했다" 고 지적했다.

27일 공식발표에 앞서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한국정부는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지도자를 자극할 내용 보도는 자제해 역사적 사건에 부응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북한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망명한 황장엽씨에 대해 기자나 정치인과의 만남, 공식적인 의견 발표, 그가 회장으로 있는 탈북자협회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민족통일 의 출판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146개국 언론자유 실태를 서술하는데 각각 2쪽씩 할애했으며 총430쪽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 TV 화면에 예전보다 자주 나오지만 언론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며 "북한의 미디어는 오직 김위원장을 위한 선전 수단에 불과하다" 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취재진을 철저히 감시했으며 취재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고 지적하고 12월 남북 이산가족 회담 등에서도 한국 기자의 취재를 방해했다고 보고했다.

RSF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에서 32명의 기자가 살해되고 300여개 언론사가 검열을 받았으며 올 들어서도 4월1일 현재 직무 수행중 4명의 기자가 살해되고 미얀마 중국 이란 등지의 기자 74명이 투옥됐다고 밝혔다.

RSF는 5월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 을 앞두고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 중국의 장쩌민국가주석,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 등 30명을 세계 언론자유 공적(公敵) 으로 발표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기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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