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NTV 핵심인력 이탈 '망명방송' 옮겨 저항 계속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5분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을 앞세워 정부에 비판적인 민영 NTV의 경영권을 ‘탈취’한 ‘NTV 사태’는 일단 정부측의 의도대로 전개되고 있다.

국영 가스프롬이 3일 임명한 보리스 요르단 신임 NTV 사장 등이 방송을 사실상 장악한 14일 올레그 도브로제예프 러시아 TV 라디오방송 공사 사장겸 국영 RTR 사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조치에 항의해 옛 경영진과 함께 NTV를 떠난 일부 직원들은 다른 민영방송으로 옮겨 방송을 제작하면서 “NTV 경영진을 교체한 3일의 주주총회는 불법”이라며 소송을 내는 등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언론탄압’이라는 국내외의 비판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NTV의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러시아의 3대 전국 방송이 모두 ‘국영화’됐기 때문.

러시아 정부는 당초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NTV를 외국자본에 넘기려 했다. 러시아계 미국인 기업가인 보리스 요르단을 새 사장으로 임명하고 미국 CNN방송 설립자인 테드 터너와 인수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테드 터너는 이번 사태로 민완 기자와 방송 진행자 등 대부분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자 NTV의 인수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NTV를 떠난 직원은 모두 350여명. 이들은 대부분 민영 케이블 방송인 TNT 또는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를 가청권으로 하는 공중파 방송인 TV6로 옮겼다. 특히 TNT는 15일부터 뉴스쇼 ‘이토기(종합)’ 등 과거 NTV의 간판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해 ‘망명 방송’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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