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협약 탈퇴 파문 확산…외교문제로 비화 조짐

  • 입력 2001년 3월 30일 19시 26분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기로 선언한데 대해 유럽 각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가 국제적인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대한 국제간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한 것은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郞) 총리는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교토의정서 탈퇴 의사를 번복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은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다른 국가들이 교토의정서를 이행하는데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기후 네트워크' 등 일본의 NGO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약속 파기를 비난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채 교토의정서를 개정할 것을 일본정부에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당장은 교토의정서의 가동이 늦춰지겠지만 언젠가는 닥칠 일이므로 대비를 늦추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유럽의 반응은 한층 강도가 높다. 도미니크 부아네 프랑스 환경장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도발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마이클 미처 영국 환경장관은 "미국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곳 월스트롬 유럽연합(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의 결정은 단순히 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관계와 무역 등에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혀 이 문제가 자칫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9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경기 둔화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마저 규제할 경우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기존의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유럽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미국의 석유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백악관에 항의 E메일 보내기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는 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백경학 김준석기자·외신종합 연합〉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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