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냉전후 최악 외교갈등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6분


미국이 50여명의 ‘러시아 간첩’을 추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도 보복을 경고해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양국간 외교관 추방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후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강행 등으로 불편해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방침은 15년간 러시아 첩자 노릇을 해온 혐의로 지난달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핸슨씨를 체포한 데 이은 보복조치. 핸슨은 미국의 전자정찰수행방법과 이중간첩 운용계획 등 미국의 최고 기밀문서를 넘겨준 혐의로 지난달 18일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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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핸슨씨가 정보를 건네준 사람 가운데 러시아의 주미대사관, 주유엔대표부, 뉴욕총영사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등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6명의 신원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관리들은 러시아가 보복조치로 중앙정보국(CIA) 직원을 추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러시아 첩보요원은 450여명에 달하는 반면 러시아에서 활동중인 미국 첩보요원은 200명 이하인 것으로 전해졌다.

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첩보활동 혐의를 받은 소련 외교관 80명을 추방하자 이에 맞서 소련이 미국 외교관 24명을 추방한 일이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추방 싸움이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 “빠른 시일 안에 러시아의 공식 견해를 밝히겠다”고 전했다.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은 “미국의 행위는 소아병적인 행동이며 추방을 할 경우 러시아는 이에 합당한 조치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한 러시아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는 미국의 조치를 비우호적인 행위로 받아들여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영 NTV는 “미국이 50여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다면 러시아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의 40%가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최악의 외교분쟁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86년미,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 로널드 펠튼을 소련 간첩으로 기소

소, 간첩 혐의로 미 외교관 5명 추방

미, 소련 외교관 55명 추방.

94년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올드리치 에임스를 러시아 간첩으로 기소
워싱턴 주재 러시아 외교관 1명 추방
러, 미 외교관 1명을 CIA 요원이라며 추방
99년러, 모스크바 주재 미 여성외교관 체리 리버나이트를 간첩혐의로 추방
미, 국무부 도청 혐의로 워싱턴 주재 러시아 외교관 스타니슬라프 구세프 추방
2000년러, 미국인 사업가 에드먼드 포프를 기밀 수집 협의 기소, 징역 20년 선고
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미 석방 요구 받아들여 직권 사면, 석방
2001년2월 미, 전직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로버트 핸슨을 러시아 첩자로 체포
3월 미, 러 외교관 6명 추방, 45명 추가 추방. 러, 보복조치 경고

<워싱턴·모스크바〓한기흥·김기현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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