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총격전…중동평화 암운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1분


이스라엘이 11일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안 무효를 선언한 직후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선 데 이어 양측간에 총격전까지 벌어져 중동평화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날 오후 예루살렘 인근 베이트 잘라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가 달리는 이스라엘 차량에 총격을 가해 유대인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을 겨냥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베이트 잘라와 베들레헴의 난민촌 등에 중화기를 동원해 보복 공격을 가했다. 12일 새벽까지 계속된 양측의 총격전으로 팔레스타인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팔레스타인측의 한 고위 간부는 “앞으로 몇주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對) 이스라엘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팔레스타인 민족이슬람군(PNIF)은 12일과 16일을 ‘분노의 날’로 선언했다.

양측의 이같은 충돌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안은 무효이며 아리엘 샤론 총리 당선자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직후 발생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평화를 거부하는 조치”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의 강점 아래에 있는 팔레스타인은 야만적인 전쟁에 방치돼 있다”며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의 성지(聖地)를 지키기 위해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압둘라 요르단 국왕은 “바라크 총리가 논의했던 평화안을 샤론 당선자가 거부해 중동 전체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 8개국 외무장관들도 11일 요르단 암만에서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 뒤 “샤론 당선자의 향후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샤론 당선자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대로 중동평화협상에 본격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11일 전했다.

파월 장관은 23∼28일 중동 순방에 올라 이―팔 지역을 비롯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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