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취임식 참석 러시아 장관 미국서 체포…외교갈등 조짐

  • 입력 2001년 1월 18일 23시 0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20일)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던 러시아 고위 관리가 17일 미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양국간에 심각한 외교 갈등이 빚어지게 됐다.

파벨 보로딘 러시아―벨로루시연합 국가서기(장관급·54·사진)는 이날 저녁 취임식 참석을 초청받아 미 뉴욕 케네디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고 러시아 민영 NTV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FBI는 스위스 검찰의 요청에 따라 보로딘 서기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검찰은 스위스 건축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보로딘 서기를 추적해 왔다.

뉴욕 브루클린연방법원은 18일 보로딘 서기에 대한 첫 심리를 벌였으며 그를 스위스로 인도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고위 관료가 미국에서 체포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8일 제임스 콜린스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보로딘 서기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러시아 하원은 18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미 보복 등을 논의했다.

보로딘 서기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최측근. 크렘린궁 총무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옐친 일가의 자금관리 등 집사(執事)역할을 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을 돕기도 했다. 그러나 옐친 정권 시절 수많은 부패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강경노선을 예고하는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시 당선자는 그동안 “러시아에서 돈세탁과 외화유출 등 부패가 척결되지 않으면 경제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 총리 등 러시아 고위 인사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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