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2시간 가량, 체르노빌로부터 서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폴리예스키는 86년 체르노빌 4호 원자로의 폭발사고로 인해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은 도시’가 됐다. 체르노빌 대참사 전에는 3만6000명이 거주했으나 이제는 8000여명만이 남아 남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크라샤티치 마을을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들도 86년 당시에는 폐쇄됐었지만 후에 통제가 풀리자 고향을 다시 찾아온 사람들이 재건한 것. 이곳의 보프치키프스카학교 교장 갈리나 니콜라예브나(54)는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증세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다”며 “전교생 160여명 중 60명 정도는 음식을 먹으면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할 정도로 소화기 질환에도 함께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능 피해 학생 토냐 체하넨코(10)는 숨이 차서 맘대로 뛸 수도 없고 늘 기침과 감기를 달고 산다. 남학생 발레리 코멘코(10)는 키가 116㎝, 몸무게 28㎏으로 몸집이 초등학교 1학년 정도밖에 안된다. 니콜라예브나 교장은 “아이들이 방사선을 직접 쬔 것은 아니지만 체르노빌 사고 이후 심장이 안 좋고 키가 안 크는 등 신체에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참사 14년째…인구 80% 줄어▼
이 마을로부터 동쪽으로 10㎞ 정도 거리의 디차트키라는 곳에는 통행차단 검문소가 세워져 있다. 체르노빌을 중심으로 약 2700㎢의 지역(서울의 5배 가량)이 ‘죽음의 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의 5배' 특별관리▼
방사능 피해는 체르노빌 인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체르노빌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진 키예프 부근도 인근 요양원이나 병원 학교를 찾으면 방사능 장애로 인한 질병을 치료받는 환자들을 항상 볼 수 있다. 키예프 북서쪽 30㎞ 지점의 브셰바디차의 요양소를 겸한 21번 학교의 6∼17세 재학생 185명 가운데 40명 정도가 갑상선질환과 저혈압 천식 등을 앓는다.
이 학교 교장 알라 그리고리예브나(51)는 “가장 큰 피해를 본 청소년들은 8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겠지만 그 후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각종 질병이 많다”고 말했다.
▼선천성 장애 특히 많아▼
갑상선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심장이 뛰고 신경질적이고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며 두통을 앓고 목이 부어 뭔가 항상 목을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결국 호흡기관도 나빠진다는 것.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는 15일 모두 폐쇄됐지만 ‘폭발사고의 유산’은 크고 깊게 계속 남아 있다.
<체르노빌〓성하운기자>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