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탄핵案 하원통과…比상원 통과여부는 불투명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7분


불법 도박자금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조셉 에스트라다(63) 필리핀 대통령이 13일 하원으로부터 공식 탄핵을 당해 대통령 중도사퇴 결정권이 있는 상원이 탄핵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마누엘 빌라 필리핀 하원 의장이 선언했다.

빌라 의장은 이날 에스트라다 지지파 의원들의 탄핵안 처리 방해 시도를 뚫고 의장석에 올라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한 정족수인 전체 하원의원 218명의 3분의 1선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고 선언하고 하원 사무총장에게 탄핵사유들을 상원에 이송하도록 지시했다.

빌라 의장은 이날 하원 전체회의 표결 예상을 깨고 탄핵안을 전격 처리함으로써 하원내 에스트라다 지지파 의원들의 허를 찔렀다.

그는 표결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하원 의원 3분의 1 이상이 이미 탄핵안을 지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굳이 표결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법 도박업자로부터 800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필리핀 역사상 의회의 탄핵에 오른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로써 탄핵안은 자동으로 상원에 회부되며, 상원 전체의원 24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그러나 에스타라다 대통령의 집권 연정이 상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탄핵안이 부결 또는 연기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원 탄핵과정은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경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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