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크-아라파트, 극우세력과 연대 추진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4분


7월만 해도 미국의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잘해 보자고 만났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제 양극단에서 맞서고 있다.

바라크 총리는 9월 28일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강행해 유혈사태를 촉발한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수와 거국 연정을 모색중이고 아라파트 수반도 이슬람 강경파인 ‘하마스’ ‘지하드’ 등과 연대하고 있다. 두 지도자 모두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평화협상을 거부하는 극우세력들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바라크 총리는 거국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샤론 당수에게 ‘평화정책 거부권’도 넘겨줄 태세다. 바라크 총리와 샤론 당수의 대리인들은 평화협상에 관한 정책을 각료회의에 상정하기 앞서 샤론당수와 협의해 승인을 얻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거국연정이 성사되지는 않아 바라크 총리는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불신임 위기를 넘긴 바라크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폭력의 위협 아래서는 결코 팔레스타인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 아라파트 수반도 이날 주민들에게 “예루살렘까지, 예루살렘까지, 우리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 예루살렘까지”라며 ‘투쟁’을 외쳤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하마스 지하드 등 이슬람 강경파와 정치적 휴전을 맺었다고 시인했다. 실제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최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 등 10여개 단체는 매일 가자의 팔레스타인 입법회의 의사당에서 다음날 시위 장소와 시간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마스측이 밝혔다.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이처럼 극우파와 연대를 추진하면서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는 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두 지도자는 은밀하게 최악의 카드도 마련 중이다. 바라크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봉쇄하는 이른바 분리정책을 내비쳤고 아라파트 수반도 15일 열리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중앙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극우세력과 연대에 여념이 없는 두 지도자의 정치 행보를 전문가들은 ‘절망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30일밤 이스라엘 전투헬기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아라파트 수반의 거점들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나블루스 라말라에 있는 파타의 무장조직 ‘탄짐’의 거점들과 가자지구내 아라파트 수반의 엘리트 경호대 ‘포스 17’의 사령부가 타격 목표였다 파타는 즉각 보복을 경고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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