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하스미총장, 서구지식인들 '지적사기' 비난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21분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도쿄(東京)대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사진)총장이 최근 도쿄대에서 열린 ‘포스트모더니즘:아시아에서의 현황과 문제점’ 워크숍에서 동양에 대한 서구 지식인들의 무지와 경시를 비난했다.

그는 테리 이글턴이 최신 저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The Illusions of Postmodernism)에서 ‘중국이 다이어트 콜라와 함께 자크 데리다를 수입함에 따라 베이징대학에도 포스트 모더니즘 연구소가 생겼다’고 쓴 것을 예로 들면서 “20세기 후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리다의 해체이론이나 포스트 모더니즘을 소비문화의 상징인 다이어트 콜라에 비유하는 것은 아시아를 경박한 서구문화나 수입해 거기에 매료되는 문화식민지역으로 폄하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글턴이 북경대의 영문표기를 ‘Peking University’ 가 아닌 ‘The University of Beijing’이라고 쓴 것을 ‘무지의 사례’로 들었다.

그는 또 이글턴이 노암 촘스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교하면서 후자를 경박하고 무지한 대중문화의 대표적 인물로 폄하한데 대해서도 “이는 아마 이글턴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더티 해리’의 액션배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 ‘페일 라이더’(1985)나 ‘용서받지 못한 자(1991)’ 같은 수준높은 영화의 감독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무명이나 다름없던 앨런 소칼과 그의 동료들이 ‘지적 사기(Postmodern Intelluctual’s Abuse of Science)에서 금세기 최고의 인문학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시도함으로써 갑자기 세계적 명사로 부상했으나 이는 해당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자신들도 또다른 ’지적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서울대 김성곤교수(영문학)는 “참석자들이 이제 아시아인의 시각에 의한 주체성 있는 문예 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매년 서울 도쿄 베이징을 돌며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