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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26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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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노르웨이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1만4000t급)의 승무원들이 숨지기전 절박했던 순간을 기록한 처절한 메모다.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러시아 해군사령관은 26일 “잠수부들이 쿠르스크호에서 인양한 시신 4구중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터빈부의 팀장 D R 콜레스니코프 대위의 시신에서 이같은 메모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콜레스니코프 대위가 잘 알아 볼 수 없는 숫자를 적은 뒤 “나는 지금 손을 더듬어 이 글을 쓰고 있다”고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8월 12일 훈련도중 발생한 폭발사고 직후 쿠르스크호 승무원 중 23명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로 앞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이 메모에 따라 쿠르스크호의 승무원들은 폭발순간 모두 숨진 것이 아니라 폭발직후 1∼2일간 생존하면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결국 잠수함에 물이 차 모두 익사했거나 산소부족과 체온저하 고압 등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쿠로예도프 사령관은 “메모가 입수됨에 따라 9번 격실에 인양작업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해 함대 참모장인 미하일 모차크 제독은 “콜레스니코프 대위의 수기가 근무상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해 침몰 직전 당시 정황을 기록한 더 많은 내용이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해군 당국은 사고 이틀뒤인 8월 14일까지 잠수함으로부터 “물이다. S.O.S” 라는 음향신호가 발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이 소리가 쿠르스크호가 해저에 가라앉거나 잠수함 부품이 부서지며 난 것으로, 생존자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구조활동이 처음부터 지연됐다.
CNN 방송은 “사고직후 해군당국이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간주, 일주일을 소모했으나 이번 메모의 발견으로 폭발직후 상당기간 생존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이상 이에 대한 책임론이 일 것” 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북해함대소속의 최신예 전략 핵잠수함인 쿠르스크호는 침몰 당시 승무원과 훈련참관인 전문가 등 118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학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