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도시의 강' 어떻게 개발했나?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42분


‘서울의 젖줄 한강에는 삶과 문화가 없다?’

수도 서울을 흐르는 한강 주변은 삭막한 아파트 장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수질문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아울러 강을 끼고 있는 지역적 이점을 살린 문화마당도 아직 변변치 못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큰 강을 낀 선진국 도시들의 강변은 어떤 모습일까. 26일부터 이틀간 ‘도시의 강, 시민의 강’을 주제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시립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한강변 개발의 이정표가 제시됐다.

▽수질 개선〓사람들이 외면한 강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조건.

19세기말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춘 프랑스 파리의 센강을 살리기 위해 파리시는 인공호수 조성은 물론 하수방지시설 설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강 주변 6곳에 물고기 서식처를 만들었고 조만간 두 곳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필리프 로팅 파리시 행정청 기술자문관이 말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를 흐르는 포토맥강 복원도 눈길을 끈다. 포토맥강이 흐르는 워싱턴시와 주변 위성도시들이 연합해 결성한 ‘워싱턴 교외지역 환경위원회’가 기금을 출연, 상수도 공급과 하수처리를 전담하는 별도의 민간기업을 설립해 운영 중이라는 것.

서울시립대 최연홍 교수는 “한강의 통합적 관리를 둘러싸고 서울과 인근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이 심한 우리 현실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연결하고 있는 머시강의 환경 복원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머시강을 살리기 위해 영국 정부는 85년부터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단체와 연합, 24년 동안 40억파운드(약 7조원)를 투입해 대대적인 수질개선 작업을 벌여 좋은 성과를 거뒀다.

▽수변(水邊) 문화〓일본 도쿄의 스미다강은 에도시대부터 불꽃놀이와 유람선놀이로 명성을 날렸다. 그만큼 강은 풍류와 축제의 마당이었다. 요즘 수질이 나아지면서 폭죽놀이, 벚꽃축제, 보트 관광 등 시민들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상(水上) 문화의 메카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파리의 센강에서는 98년부터 매년 9월 ‘센강 페스티벌’이 열려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센강변의 볼거리는 단연 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총 36개 다리 중 3개는 보행전용 다리). ‘다리가 도시의 역사와 기술 수준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목표 아래 야간에 다리 조명을 연출해 ‘빛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공간 개발〓미국 뉴욕의 허드슨강 주변이 공공용지로 집중 개발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였다. 이에 따라 허드슨강 주변에는 많은 강변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맨해튼의 이스트리버(East river) 산책로공원은 지역주민들이 공원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시 정부의 지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다.

파리 센강 3㎞구간 중 한쪽에는 자전거 전용도로, 또 다른 쪽에는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도로만 배치함으로써 일반 승용차의 진입을 막아 시민들이 쉽게 센강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