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각자 '제갈 길'…갈등 더욱 심화

  • 입력 2000년 10월 25일 09시 49분


중동에 드리워진 전운이 좀처럼 걷힐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타협보다는 각자 제갈 길을 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태해결의 길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평화협상 중단을 선언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팔레스타인과의 교섭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거국내각 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내주 국회가 열릴 때까지 거국내각 구성에 실패할 경우 바라크 내각은 붕괴되고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바라크 총리는 24일에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금은 비상시국이며 비상시국에는 형제들끼리 함께 뭉쳐야 한다"며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바라크 총리가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발족시킨 팀은 우파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와 이틀째 협상했으나 아직 샤론의 참여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샤론은 거국내각 참여 조건으로 지난 6월 중동 정상회담때 바라크 총리가 팔레스타인측에 양보한 사안들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만일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져 샤론과의 거국내각이 구성된다면 팔레스타인측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위원인 자카리야 알-아그하는 "이스라엘의 거국 내각구성은 평화회담을 완전히 깨는 것"이라면서 "샤론이 내각에 참여할 경우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며 우리도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크 총리가 샤론을 거국내각에 참여시키기 위해 마련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리계획 1차 초안은 이날 공개됐다.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1차 초안은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일부지역에서 철수한 뒤 국경을 따라 울타리와 국경초소들을 설치, 양측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1차 초안은 또 팔레스타인 지역에 흩어져 있는 144개 유대인 정착촌이 모두 이스라엘 영토에 포함되도록 국경선을 획정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이와 함께 유혈충돌 사태가 더욱 격렬해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중이다.

팔레스타인측도 일방적인 독립선언을 계속 언급하고 있으며 아라파트 수반도 협상보다는 이스라엘과의 투쟁을 위한 아랍-이슬람권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인상이다.

아라파트의 파타운동 지도자인 마르완 바르고티는 "지난 3년간 실질적인 평화회담은 없었으며 오직 수많은 만남과 이스라엘측의 팔레스타인 영토 도둑질만 있었을뿐"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 24일 안보자문들과 만나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이날 밤에는 아라파트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샤름 엘-셰이크 휴전합의 이행과 중동 평화회담 재개 문제 등을 협의했다.

백악관은 또 샤름 엘-셰이크 휴전합의 이행이 진전될 경우 클린턴 대통령이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을 각각 별도로 워싱턴으로 초청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제이크 시워트는 "샤름 엘-셰이크 휴전합의를 이행하는 것만이 여전히 중동의 유혈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아직도 휴전합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사태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지원 입장을 취해 온 모로코는 24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 수도 라바트에 있는 이스라엘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텔 아비브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을 소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이날 저녁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포격을 가하는 등 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 이날도 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는 등 최근 4주간의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27명으로 늘었다.

[예루살렘·가자시티·워싱턴 AP·AFP·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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