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평화상 수상/아사히신문 사설]한민족 긍지 용기회복계기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한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상으로 진심으로 축복한다.

독재정권 하에서 목숨을 걸고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것, 남북의 적대관계를 끝내기 위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역사적 회담을 갖고 냉전 종식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 수상 이유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동티모르의 주민탄압을 반대했으며 일본과의 역사인식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의 시대를 연 공적도 평가받고 있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한국 민주화에 바쳐왔다. 1961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박정희(朴正熙)소장의 쿠데타로 ‘반혁명파’로 몰려 투옥된다. 71년 대선에서는 그의 목숨을 노린 교통사고로 부상한다. 망명생활 중 도쿄의 호텔에서 한국 정보기관원들에게 납치돼 바다에 생매장 당할 뻔했다. 게다가 사형판결, 긴 옥중생활을 하며 좌골신경통이 악화해 지금도 다리를 절고 있다. 불굴의 투지 밑바닥에 있는 것은 강렬한 민족주의에 뿌리내린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다.

그는 75년에 쓴 ‘민족에 대한 경애와 신념’에서 “아시아 대륙, 중국 동쪽에 혹처럼 붙어있는 이 작은 반도가 중국의 한 성(省)이 되지 않고 엄연히 독자성을 가진 민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고 쓰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외세 침략으로 고생하면서도 문민우위의 전통을 지켰다 △철저한 평화주의로 타민족을 괴롭히지 않았다 △교육에 열심이었고 그 결과 민주주의를 신봉하게 된 점을 들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 역사관과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확신으로 연결된다. 80년 4월 그는 “민주정부가 들어서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얻으면 북은 무력침략을 할 수 없게 되고 국제여론과 국민 압력 때문에 결국 진지한 자세로 통일의 길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98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는 3단계 통일론을 토대로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실시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의 협력을 배경으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어냈다. 드디어 북한은 자세를 누그러뜨렸고 남북정상 회담이 실현됐다.

이 상은 민주와 인권,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상으로 볼 수 있으며 분단으로 괴로워했던 사람에게는 긍지와 용기를 주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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