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상 결렬 이후]이-팔 최악 시나리오로 가나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44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휴전협상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5일 현재 19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양측의 유혈충돌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무장봉기(인티파다)→이스라엘의 반격→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측은 이날 귀국길에 오르면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합의사항에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다시 회담을 갖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의 한 고위관리는 “바라크 총리의 참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집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 이집트에서 다시 휴전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협상이 깨진 것은 아라파트 수반이 이번 유혈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국제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바라크 총리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 이스라엘측은 국제조사위 대신 ‘공정한 인사를 대표로 하는 자체 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두 정상은 △가자 지역에 전진 배치된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군의 발포규정 강화 △라말라 나블루스 네차림에 대한 팔레스타인 보안병력 접근 차단 등에 일단 합의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이 막판에 국제조사위 구성을 요구하며 서명을 거부, 살얼음판 회담은 깨졌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유혈충돌은 계속됐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무장헬기와 대전차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 팔레스타인 경찰 2명이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헤브론에서도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

유대인 정착촌이 있는 네차림에서도 13세 소년을 포함한 시위대 2명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숨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유혈사태로 숨진 사람은 73명으로 늘어났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치안대장 모하메드 다흘란은 “전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백기를 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이슬람 휴일인 6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이날 정오기도가 끝난 뒤 대규모 투쟁을 계획중이라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한편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현지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유대인이 주인인 것으로 알려진 한 소매 체인점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4일 범이슬람권의 대(對) 이스라엘 저항을 위해 전세계 52개 이슬람 국가들의 모임인 이슬람회의기구(OIC) 외무장관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홍성철기자·외신 종합 연합>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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