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統獨10돌/겐셔 前외무 인터뷰]"통일은 성공적 선택"

  • 입력 2000년 10월 1일 19시 10분


《독일통일을 생각하면 헬무트 콜 전총리(71)와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외무장관(73)이 동시에 떠오른다. 겐셔 전장관은 74년부터 92년까지 무려 18년간 독일 외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동서화해정책을 주도, 냉전 종식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소련을 설득시켜 동서독과 주변 4강이 참여하는 ‘2+4조약’을 이끌어냄으로써 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 독일통일 10주년을 맞아 겐셔 전장관을 지난달 29일 독일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이 내려다보이는 베를린 아들론호텔 4층 그의 숙소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독일통일의 주역으로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텐데 독일통일 10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통일의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는 통일을 주도하면서도 통일에 대한 환상을 갖지는 않았다. 40년동안 동독의 근간이 된 사회주의체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서독지역간 경제적인 격차와 의식의 차이가 현안이 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분단을 모르는 신세대는 분단을 흘러간 과거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통일의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말인가.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 등 여러 가지 통일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일전에 예견했는가.

“모두 예견했었다. 현재의 현안은 동독지역의 경제수준을 서독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 때문에 통일의 긍정적인 사례가 간과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독지역의 낙후된 통신시설의 경우 통일이후 완전히 새 것으로 교체되면서 동독지역의 통신망이 서독보다 훨씬 잘 갖춰지게 됐다.”

―동독을 중심으로 심각해진 극우파의 폭력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극우파 폭력문제는 동독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독지역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 극우파를 자극하는 세력이 서독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힘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라고 외면해선 안된다.”

―서독이 추진한 동방정책이 동독정권을 지원함으로써 동독체제의 붕괴를 연장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동방정책은 동독의 붕괴를 절대 지연시키지 않았다. 냉전시대의 사고를 떨쳐 버리지 못한 일부 인사들만이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겐셔 전장관은 한반도 통일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견해를 밝혔으나 콜 전총리의 비자금사건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또 자신은 자민당(FDP)소속 당원으로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있다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독일총리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남북당사자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통일 전의 독일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독일은 주변국가의 동의와 호의아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도 주변국가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독일과 같이 남북당사자와 주변 4강이 참여하는 ‘2+4조약’을 맺으란 말인가.

“한국과 독일은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1945년 포츠담 선언 이후 주변 4강이 독일에 대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국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주변국의 참여가 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내에서는 남북대화와 교류를 하면서 북측에 너무 양보한다는 비판이 있다.

“나는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잘 추진하고 있고 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언제쯤 통일될 것으로 보는가.

“한국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부와 국민에게 조언을 한다면….

“되도록 빨리 통일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독일의 분단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분단상황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겐셔 전장관은 작별인사를 하면서 “독일통일은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다시 강조했다.

<베를린〓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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