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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2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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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극약처방으로 고위 공직자 가족들의 사업경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그동안 외부세계에 가려져온 비밀의 커튼이 하나씩 열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28일 정부부처의 사장,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부인과 자제들이 참여할 수 없는 사업범위를 설정하고 11월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터져나온 대형부패사건의 배후에는 늘 고위공직자 가족들이 관련돼왔기 때문이다.
부총리급으로 14일 사형이 집행된 청커제(成克杰)전 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정부 발주 사업 추진중 뇌물을 받고 정부(情婦)의 사업체에 불법 편의를 봐주다 비운을 맞았으며, 청두(成都)시의 교통국장이던 스취안즈는 이발소 안마사를 4만위안에 사들여 첩으로 삼은 뒤 공금 100만위안을 횡령해 회사를 차려줬다가 쇠고랑을 찼다.
중국 건국 이래 최대의 부패스캔들로 불리는 ‘샤먼(厦門)밀수사건’에는 전 중앙군사위부주석 류화칭(劉華淸)의 며느리가 관련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칭린(賈慶林)베이징 당서기의 부인 린유팡(林幼芳) 등이 관련됐다는 설도 계속 나돌고 있다.
장쩌민 주석이 모든 간부들에게 반드시 보라고 지시한 공직자 청렴을 강조한 영화 ‘생사 선택’도 주인공인 시장이 부패의 길로 유혹하는 부인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공직자 가족들의 잘못이 가정을 어떻게 파탄시키는지 체험케 하기 위해 공직자 부인들의 교도소 견학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몽이나 경고로는 돈의 유혹을 막을 수 없다는 사태 인식이 당국으로 하여금 공직자 가족들의 사업경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조치는 98년 중국이 정부기관의 경제활동 참여를 금지한 이래 가장 강력한 부패 근절 조치다. 그동안 중국에는 공직자 및 그 가족이 개인사업을 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은 없었다.
중국공산당중앙기율위원회의 제의에 따라 이뤄진 이번 조치로 공안부 고위인사 가족들은 관할지역 내에서 가라오케나 나이트클럽 안마시술소 등 위락업체를 경영할 수 없게 됐으며 해관(세관) 간부 가족들은 외국 독자기업이나 합자기업의 임원으로 일하거나 화물운송업 대리점 경영 등이 금지됐다. 또 재정부 고위관리 가족들은 회계사무소나 자산평가 및 자문회사를 경영할 수 없고, 국토재정부는 부동산개발, 위생부는 의료기기나 의약품 생산 판매활동에 종사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 같은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고위간부들은 10월말까지 이를 청산하고 모든 경영에서 물러나라고 경고, 더 이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력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사업금지지역은 여전히 관할지역 내로 한정돼 있는 데다 감독관청인 공안과 검찰 등이 서로 결탁된 집단부패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