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誌 "유가 위기, 유류세 탓 아니다"

  • 입력 2000년 9월 17일 17시 13분


독일 농부 트랙터 시위
독일 농부 트랙터 시위
최근 유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장하듯 높은 유류세 때문이 아니라 OPEC의 내분, 정유업계 인수합병(M&A), 수송 수단 부족, 차량 증가 등 복합적인 데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유럽의 난장판'(Euroshambles)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유럽의 유류세가 미국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수년전부터 그랬던 것이며 최근 석유파동이 있기 전까지는 이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유럽의 높은 유류세는 유가 급등락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유가급등에 따른 소비자가격 상승분은 유럽보다 미국이 훨씬 심각한 편이다. 이번 유가 위기를 가져온 무엇보다 큰 원인은 증산에 대해 OPEC의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최근 OPEC 각료회의에서의 80만 배럴 증산 합의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물량이 신규증산분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회원국은 이미 늘린 물량도 포함한다고 주장, 국제 원유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인수합병(M&A)를 단행한 정유 회사들이 저스트-인-타임(적기공급) 방식을 도입하면서 재고량을 크게 줄인 것, 매출액보다 수익 위주로 전략을 선회한 것, 유전 개발 투자를 축소한 것 등도 이번 석유대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2년전 유가하락 당시 수송업체가 설비 투자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막상 산유국이 증산한다 해도 이를 시장에 신속하게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설령 이같은 석유 관련업계의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석유 수요가 높은 분야가 일상 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통 분야란 점에서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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