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동연합 보고서]컴퓨터 어린이 정서 해친다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40분


컴퓨터는 과연 어린이의 정신적 발달에 도움을 주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미국의 아동교육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미국 아동옹호단체인 ‘아동연합(Alliance for Childhood)’은 13일 컴퓨터가 어린이의 신체적 발달은 물론 정신적 건강과 발달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연합은 ‘아동기 컴퓨터 사용에 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컴퓨터는 어린이들에게 시력저하 비만 등 신체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인간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정신적 발달장애를 유발하기 쉽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컴퓨터가 아동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어린이가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 등 아동기에 습득해야 할 중요한 자질들을 배우는 데 컴퓨터가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초등학교에 컴퓨터 보급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어린 학생들에게 또래 친구들과의 게임이나 체험학습과 같은 직접 경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컴퓨터 제조회사들의 무차별 판촉과 학부모들의 무지로 아동의 컴퓨터 사용이 증가 추세에 있다”며 “교육적인 효과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미국에서만 매년 8억달러의 돈이 컴퓨터 관련 교육에 투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에드워드 밀러 박사는 “정부는 이 돈으로 취학 전 교육이나 저소득층 자녀 교육 등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는 영장류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들을 비롯해 현직 교수 및 교사, 교육전문가, 심리학자 등 80여명이 서명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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