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도 대대적 방재훈련…자위대-군함-장갑차등 동원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40분


재해방지 긴급대피 훈련
재해방지 긴급대피 훈련
일본 도쿄(東京)도는 3일 육해공 자위대원 7100여명과 군함 5척, 장갑차 등 차량 1090대, 수송기 헬기 등 비행기 82대를 동원해 ‘빅 레스큐 도쿄 2000’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재해 방지 훈련을 실시했다.

도쿄도는 간토 대지진(1923년 9월 1일)이 일어난 날을 전후해 해마다 재해 방지 훈련을 해왔지만 훈련에 이처럼 많은 자위대원과 장비를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예년에는 500여명의 자위대원이 동원됐다. 이는 평소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해 물의를 빚어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지사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자위대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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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월 자위대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면 ‘제3국인’들이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때는 자위대가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훈련에는 이런 이시하라 지사의 의향이 반영됐다. 이날 오전 도쿄만을 끼고 있는 하루우미(晴海)훈련장에는 육해공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도쿄소방청, 경시청 소속 헬기 13대가 가상 피해 지역을 조사했다. 또 부둣가에서는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 두 척이 들어와 구호 물자를 하역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시간 긴자(銀座)에서는 육상자위대 소속 장갑차 수십대가 출동해 주민 피난과 부상자 구호활동을 벌였다. 도쿄 도심으로 장갑차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도가와(江戶川)에서는 부교를 설치하고 강을 건너는 도하훈련도 실시됐다. 하네다(羽田)공항에서는 자위대원을 태운 항공자위대 소속 수송기가 이착륙 연습을 했다. 내달 개통될 지하철 노선을 이용한 자위대원 이동 훈련도 실시됐다. 훈련은 10곳에서 본부 설치, 긴급 구조, 항공 통제, 피해 조사, 구호물품 운반 등 목적에 따라 실시됐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이날 방위청 중앙지휘소에서 재해방지 관련 관계각료회의를 여는 등 도쿄도의 훈련을 측면 지원했다.

재일동포들은 관동대지진 당시 6000여명의 조선인이 방화 등 누명을 쓰고 학살당했던 점을 들어 이번 훈련에 반대했다. 또 방위청 내부에서도 “제3국인 발언으로 오해를 산 이시하라지사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시하라지사는 6월 도의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면서 “1년 전에 결정한 이상 규모를 축소하지 않겠다”며 이번 대규모 훈련을 강행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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