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21]'한반도와 미국-어제 오늘 내일'<제 1회의>

  • 입력 2000년 8월 20일 19시 02분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연구소가 ‘한반도와 미국: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한미포럼 학술회의가 19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 신세계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1세기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과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방향, 주한미군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 주제 발표와 열띤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었다.

남중구(南仲九)21세기평화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6월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금 한반도에는 전혀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 특히 미국의 움직임은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정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소장은 “학술회의가 미국의 한반도 정세 인식과 대(對)한반도 정책 방향,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모습 등에 관한 기탄 없는 토론의 마당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모아지는 지혜와 대안이 한미관계를 발전적으로 재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남궁곤(南宮坤)21세기평화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한미포럼의 의의에 대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매향리 사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등으로 한국민 사이에 반미감정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미국의 정치와 경제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양국의 입장을 균형 있는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30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제1회의〓21세기 미국의 정치(사회 김학준·金學俊 인천대 총장)

△제2회의〓21세기 미국의 아태 전략(사회 안병준·安秉俊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제3회의〓21세기 한미관계(사회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정외과 교수)

▶제 1회의= '미국의 정치'

▽미국정치의 ‘통치(Governance) 문제’와 그 대외정책적 의미(임성호·林成浩 경희대 교수)〓근래 미국 의회는 대외정책과 관련해 적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와 대통령 사이의 마찰이 증가했지만 의회가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쥐거나 지속적인 파괴력을 행사할 정도는 아니다. 토의과정 때의 발언과 표결 때의 입장을 달리하는 의원들의 수사적 행태가 특히 대외정책 영역에서 두드러진다는 점도 의회의 정책 결정력이 언뜻 생각할 수 있는 정도로 크지 않음을 시사해준다.

의회와 대통령의 대립 구도는 오히려 미국의 대외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고 정책의 대내외 정통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겉으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혼란과 혼동 속에서 엉성하게 나오는 것 같지만 실은 그러한 결정과정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 추구와 세계 패권적 영향력에 공헌하는 측면이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 예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주도로 추진돼 1993년 상원에서 간신히 비준되었지만 그 정책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의회가 공동으로 져야 했다. NAFTA 발효 직후 미국내 실업문제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지만 미 정부는 각종 비난의 포화를 양부(兩府)로 분산해 받아 견디며 정책의 장기적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 미국 통상정책의 정치 경제(김정수·金正洙 고려대 교수)〓미국 통상정책의 제도적 특징은 두 가지다. 기본원리로서 ‘공세적 상호주의’가 자리잡았다는 점과, 의회의 통상관련 권한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공세적 상호주의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슈퍼 301조는 미국의 통상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병기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사정의 변화물결에 따라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업계 사이에 여러 양상의 정치게임이 벌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통상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의 제도적 특성이 변하지 않는 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다. 제도의 지속성을 고려할 때 설령 지금의 신경제 호황이 끝난다 하더라도, 혹은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도 슈퍼 301조와 같은 공세적 통상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시장개방을 위해서라면 WTO 분쟁해결 절차와 아울러 미국 통상법상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누차 천명했다. 즉 WTO가 필요한 경우에는 활용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던져버리고 그냥 슈퍼 301조를 쓰겠다는 말이다.

▽토론〓조기숙(趙己淑) 이화여대 교수는 “미 의회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크지 않고 그 영향력이 대외정책을 수립하는 데 부정적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국내 정치의 경우 국회가 대외정책에 있어서 대정부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대외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우리는 장기적 정책수립을 위해서 대의회 외교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미국의 의사결정과정보다는 그 이전의 여론 형성 과정에 주안점을 두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임성호교수는 “한국에서 의원이 대외관계에 목소리를 높이면 ‘잡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미 의회가 갖는 대외관계 영향력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만이 누리는 특권인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는 “상대적 약자의 입장인 우리가 의회―대통령 관계의 미국식 모델을 일방적으로 채택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정진영(鄭璡永) 경희대 교수는 “미국의 공세적 상호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세전략의 도구로 슈퍼 301조를 휘두른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재 미국의 신경제 상황에서 무역수지 악화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미국은 점점 더 WTO의 관행에 자국법을 합치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WTO에 제소하기도 하고 제소당하기도 하는데 그 승소 비율이 타국에 비해 특별히 높거나 낮은 것도 아니다”며 “미국은 1994년의 WTO 출범을 기점으로 종래 10여년간의 ‘공세적 상호주의’를 접고 60, 70년대의 ‘상호주의’라고 하는 원상태로 복귀해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편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정수교수는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이면에 잠복하고 있는 ‘힘’의 존재”라며 “상황에 따라 WTO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각종 무기를 무차별적으로 구사하는 미국의 ‘람보식 다변화 전략’에는 주의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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