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수함 인명구출 작업 개시…"승무원 생존 가능성"

  • 입력 2000년 8월 16일 01시 17분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승무원 116명을 구출하기 위한 작업이 15일 오후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해군 사령관은 “기상조건이 좋으면 15일 밤 10시(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까지 구출작전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승무원이 살아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쿠르스크호를 제작한 루빈사의 이고리 바라노프 루빈 총기사는 승무원들이 이틀 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가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군 당국은 정확한 사고 시간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현지 언론은 잠수함이 침몰한 지 적어도 48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르스크호는 100m 이상의 해저에 가라앉아 있으며 평상시 승무원은 107명이지만 사고 당시 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훈련참관인과 전문가가 동승해 116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당국은 14일 잠수함이 침몰한 해역에 구조선을 포함해 10여척의 함정을 출동시켰으나 심한 비바람과 높은 파도로 선체 인양은 일단 포기했다가 날씨가 좋아지자 한국시간으로 15일 밤 10시부터 본격적인 승무원 구출작업에 들어갔다.

사고원인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어떤 물체와 충돌했거나 함내에서 화재를 일으켰을 가능성으로 좁혀지고 있다. 한 조사관은 배터리실의 폭발로 어뢰실이 침수되면서 침몰했을 가능이 높다고 밝혀 당국의 공식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러시아 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쿠르스크호가 외국 잠수함과 충돌한 뒤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잠수함도 쿠르스크호 옆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서방 잠수함은 평소에도 해저에서 서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사고 해역과 가까운 곳에서 미 해군 정찰함 로열호가 활동중이었으나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해군은 “잠수함이 핵무기를 싣지 않았고 동력을 공급하는 2기의 원자로가 완전히 멈춘 상태”라며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부인했으며 노르웨이 외무부도 방사능이 누출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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