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폼페이' 발굴작업 착수…英-伊탐사대 복원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27분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폼페이와 함께 땅속에 깊이 묻혀버린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을 발굴해 복원하는 작업이 드디어 시작된다.

월라스 해드릴 교수가 이끄는 영국 이탈리아 고고학탐사대는 최근 휴렛 팩커드사로부터 1억달러를 기부받아 헤르쿨라네움 발굴작업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헤르쿨라네움은 이탈리아 나폴리와 폼페이 사이의 고급 해변 휴양도시. 이 도시가 용암과 화산재에 묻혀 사라지기 전 4000여 주민들의 대부분은 상업으로 돈을 모은 신흥부자들이었다.

이들은 채소밭이 딸린 대저택에서 거주했으며 계단식 원형극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는 각종 운동경기와 판토마임 연극 등을 즐겼다. 기록에 따르면 헤르쿨라네움은 여성의 무대출연을 허용한 로마 최초의 도시이기도 했다.

고대 로마시대의 가치 있는 유물들이 땅 밑에 쌓여 있는 ‘죽음의 도시’ 헤르쿨라네움에 대한 도굴은 18세기부터 시작됐다.

과거 이 도시의 영화와 번성을 대변하는 호화스러운 목욕탕과 율리우스 카이사르 장인의 소유였던 파피리 저택, 바다의 신 넵튠 신전 등이 이미 발굴된 상태.

호레이스와 버질 같은 대시인들의 작품이나 사업 거래명세 등을 기록한 서판들과 파피루스 두루마리 등도 일부 발견돼 당시 헤르쿨라네움이 누렸던 문화적 재정적 풍요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운명의 날인 79년 8월 24일. 이날 새벽 4시부터 시작된 화산 폭발로 ‘나폴리만의 진주’로 불렸던 헤르쿨라네움은 순식간에 용암과 화산재에 온통 파묻혀 버렸다.

최근 헤르쿨라네움의 방파제 아래에서 발견된 해골이 가득한 넓은 방은 화산 폭발 당시 많은 주민들이 배를 타고 달아나기 위해 해변으로 몰려들었던 긴박함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시 분화구에서 시속 320km의 빠른 속도로 밀려내려온 펄펄 끓는 용암에 그대로 휩쓸려 떼죽음을 당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탐사대는 헤르쿨라네움의 복구에 1차 목표를 두고 있지만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프레스코 벽화, 모자이크, 금 은 청동 제품도 상당수 출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라스 교수는 “유적과 구조물을 무너뜨리는 빗물과 햇빛, 바람을 차단하는 지붕을 건설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복구작업에는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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