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도쿄]이영이/위상 높아진 한국 IT산업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01분


한국 기업들은 언제쯤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의문을 자주 가졌는데 며칠 전 한국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의 일본사무소 개소식에서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뿌듯한 경험을 했다.

사무실 옆 조그마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당초 기대도 안했던 일본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대표들이 60여명이나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한국에서 온 KTB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명함을 손에 쥐고 그 앞에 줄을 늘어섰다. 물론 벤처 투자자금 유치가 목적이었겠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 벤처업계의 눈부신 성장을 부러워하며 노하우를 나눠 받고 싶어했다.

한 일본 벤처기업 사장은 “일본의 IT는 한국과 같은 에너지가 부족하다. 한국 벤처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IT분야에서는 일본이 평가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케 하는 말이었다.

e네트의 일본법인으로 전자상거래 솔루션 전문업체인 커머스21도 일본에서 한국 IT벤처에 대한 평가를 크게 높였다. 올해 초 자본금 1억엔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요즘 소니 휴렛팩커드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로부터 몰려오는 제품 문의와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된 일본은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품 수준이 한국보다 1년 이상 뒤져 있다. 커머스21은 일본 IT대기업과 벤처캐피털들이 앞다퉈 투자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며 10월 증자에서는 30억엔 이상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커머스21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인프라서비스업체인 다음저팬을 비롯, e웹저팬 등 10여개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30여개 업체는 연내 진출을 목표로 실무절차를 밟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통계자료에서는 일본의 IT경쟁력이 한국을 앞선다. 제도와 IT 활용은 우리가 다소 앞서지만 전체 IT 기반은 그래도 일본이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IT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도 없다. 기술이전을 위해 일본 기업에 수없이 고개를 숙이면서도 항상 꽁무니만 따라다녀야 했던 일반 산업분야와 달리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하루아침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것이 신경제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일본 내 한국벤처 기업들은 8월1일 ‘한국벤처기업클럽’을 결성,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후발 벤처의 일본 진출을 적극 도울 방침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쿄사무소도 한국벤처기업 지원센터로 나섰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IT벤처들이 외국에서도 만개했으면 한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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