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日금융재생위원장 수뢰로 한달도 못돼 사임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4일 발족한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제2차 내각 때 입각한 구제 기미타카(久世公堯)금융재생위원장이 부정한 정치헌금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한달도 채 못돼 낙마했다. 그는 30일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관방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사임은 나카오 에이이치(中尾榮一)전 건설상이 건설상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지 얼마 안돼 벌어진 일이어서 일본 정계에 파문을 더하고 있다.

자민당 소속 참의원 3선의원인 구제 위원장은 7년간 국회 근처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사무실 경비 전액(6000여만엔)을 미쓰비시신탁은행이 내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또 92년 선거 당시 한 종교단체로부터 2억5000만엔을 빌린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을 모리 총리도 알고 그를 금융재생위원장에 임명했다는 것. 조각 전 모리 총리 앞으로 보낸 투서에는 구제 위원장의 비리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자민당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야당의 사임압력을 물리치려 했으나 최근 그가 맨션건설업체로부터도 1억엔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경질을 결심했다.

금융개혁을 책임지기에는 흠집이 너무 많은데다 더 이상 두둔할 경우 모리 총리에게도 불똥이 튀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에서도 그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문제삼아 모리 내각의 부도덕성을 집중공격할 태세다.

금융재생위원장 자리는 2월에도 오치 미치오(越智通雄)위원장이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만 하면 잘 봐줄 수도 있다”는 말을 해 중도하차함으로써 ‘바람 잘 날이 없는’ 자리가 됐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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