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몽골학생 바야르 남북한 유학

  • 입력 2000년 7월 14일 20시 10분


“한국에서 배우고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건축설계(CAD) 기법은 몽골에서 현대적인 건물을 짓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배운 ‘주체 건축’도 섬세한 손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진그룹이 98년 만든 ‘CH 조 장학금’의 첫 몽골장학생에 선발돼 인하대 건축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3월부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라드나락차 바야르(29)는 남북한에서의 대학생활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몽골 교육부 선발 장학생에도 뽑혀 89년 9월부터 94년 12월까지 원산 농업대에서 1년간 ‘조선어’를 배운 후 평양 건설건재대 건축학과를 다녔다. 그는 평양 건설건재대 재학 4년간 교내에서는 제법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학교 밖에서는 ‘낭만적인 대학생 생활’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월∼금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수업시간이 끝나면 주로 숙소나 도서관에서 개인생활을 보냈다는 것. 학교에는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제도기 등으로만 건축 설계 연습을 하는 것이 실습의 대부분. 1학년 동안은 마치 미술과 학생들처럼 스케치를 배웠으며 졸업논문도 ‘손으로 그리는 건물 투시도’였다고 바야르는 말했다. 그는 ‘주체 건축’을 강조하는 북한의 건축물은 대부분 좌우나 전후로 대칭형이 기본적인 구도라고 설명했다.

바야르의 인하대 석사학위 논문은 ‘몽골 주택의 변천과정’. 인하대측은 몽골과 북한 건축을 연구하는 데 바야르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한진그룹 재단측도 이례적으로 그에게 박사학위를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는 귀국 후 설계사무소를 차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철골조를 이용한 고층 빌딩을 짓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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