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유권자조사]"美 대통령 최고덕목은 도덕성"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9분


미국 유권자 10명 중 4명은 11월 실시되는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의 최고 덕목으로 도덕성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이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유권자 798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39%가 도덕성을 차기 대통령의 첫째 덕목으로 꼽았다. 다음은 인권의식(17%), 리더십(14%)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1월 AP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도덕성이 첫째 덕목으로 꼽혔으나 응답자의 3명 중 1명이 이를 지목했기 때문에 반년 사이 도덕성에 대한 미 유권자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유권자들이 도덕성을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이 계기가 됐다고 미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애틀랜타 소재 에모리대의 정치학 교수 멀 블랙은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거짓말이 유권자들에게 ‘정치인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92년 미 대선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도덕성과 리더십, 정책적 입장 등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97년 한국 대선 직전 동아일보사가 국내 정치학자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비전 제시(43%)가 도덕성(29%)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른 일간지가 한국인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경제발전 구상(17.7%), 리더십(13.1%), 도덕성(9.8%) 순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국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위기 타개 등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중요하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도덕성을 묻는 질문에는 두 후보가 각각 응답자 3분의 1의 지지를 얻어 우위를 다투기 어려웠다.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서는 부시가 고어를 49% 대 34%로 앞섰고 인권의식에서는 고어가 부시를 44% 대 34%로 이겼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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