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외무회담]러 "남북 경협 동참" 3자협력 강조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40분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외무장관 간의 29일 모스크바 회담은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 남-북-러시아의 ‘윈윈 전략’을 논의한 자리였다.

이바노프장관은 ‘러시아의 기술설비’ ‘북한의 노동력’ ‘남한의 자본’을 하나로 묶은 3자간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장관도 이같은 경제협력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바노프장관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포기토록 하는 대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을 이장관에게 밝힌 것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러시아 나름의 전략적 선택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측이 자국안보에 위협이 되는 NMD를 저지할 명분을 얻는 반면 한국측도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군비증강 추세를 줄일 수 있지 않느냐는 것. 대신 북한은 러시아와 한국으로부터 기술과 자본을 제공받을 수 있어 모두에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과 관련, 러시아측은 남북간에 경의선이 복원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이후 침체됐던 한국의 대러 투자와 양국 간 경협이 활발해질 것을 기대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런 ‘철의 실크로드’가 열린다면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러간 교역량은 90년 수교이후 꾸준히 증가해 97년 32억7000만달러에 달했으나 98년 IMF위기 때 21억1000만달러로 떨어진 뒤 이렇다할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측은 특히 남한의 자본과 러시아의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생산된 제품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게 되면 러시아 극동개발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측 인사들은 ‘주변 4강 중 남북한의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러시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남북 간의 긴장완화가 러시아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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