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여당 총선 패배해도 계속집권

  • 입력 2000년 6월 26일 08시 30분


기록적인 유권자들의 참여 속에 실시된 짐바브웨 총선이이틀간의 투표를 마치고 25일 오후 7시(한국시간 26일 새벽 2시) 종료됐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번 총선 기간 중 별다른 사고는 없었으나 집권 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합-애국전선(ZANU-PF)이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차기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다짐한 데 대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난 2월 이후 최소한 32명이 숨지는 등 폭력사태를 빚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총선 투표 기간에는 산발적인 폭력과 투표자에 대한 위협 이외에 별다른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짐바브웨 선거감시단은 투표가 마감된 후 발표한 잠정성명을 통해 선거운동이 폭력과 협박 등으로 얼룩졌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번 선거 투표는 자유롭고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종 투표율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투표 마감을 5시간 앞둔 오후 2시 현재 51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거의 60%가 투표한 것으로 선관위가 발표해 이번 선거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나타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95년 실시된 직전 선거에서는투표율이 57%에 불과했다.

분석가들은 이처럼 높은 투표율은 불과 9개월전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모건 츠방기라이의 민주변화운동(MDC)이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존 응코모 ZANU-PF 의장은 "ZANU-PF는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확실히 다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혀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집권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인 MDC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지난주 "어떠한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준비와 마음가짐이 돼 있다"고 밝힌 무가베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행 헌법상 무가베 대통령은 각료 임면권을 포함해 거의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받고 있으며 의회는 헌법 위반과 중범죄, 육체적·정신적 불능 등을 사유로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견제수단이다.

대통령의 해임을 위해서는 150석의 의회 의석 가운데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30명의 의원을 지명할 수 있어 사실상 선출직 의원 가운데 76% 이상을 야당이 차지해야 무가베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무가베 대통령이 소수정부를 이끌 경우 야당의 협력을 얻기 어려워 정치 불안과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며 시민 불복종 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폭력사태 재발을 우려해 일부 도시에서는 벌써부터 식료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하라레 AFP 연합뉴스]cwhyna@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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