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멕시코국립大 또다시 몸살…'정상수업'학생간 난투극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약 10개월간의 장기휴교사태 끝에 올 3월초 정상수업을 시작한 멕시코국립대학교(UNAM)가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농성위원회(CGH) 소속 학생들과 정상수업을 원하는 학생간에 격렬한 난투극이 벌어졌고 대학당국과 농성위 대표 학생간의 대화가 결렬되는 등 여전히 해결책을 못찾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당국은 캠퍼스 안전을 위해 경찰투입을 신중히 고려중이다.

기예르모 소베론 전임 멕시코국립대 총장은 "우남(멕시코국립대)이 누리는 대학자치권이란 치외법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필요한 경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경찰이 대학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재임기간 중(1973-1981) 두 번에 걸쳐 경찰이 학교 안에 들어온 경험이 있다며, "우리는 정글에서 살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학교가 정상업무를 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면 한시적으로 경찰이 대학 치안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성위원회 소속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 즉 구속학생 석방, 확실한 등록금 규정안 발표, 대학 자치권 보장 등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화를 통한 협상을 중단하고 거리투쟁에 나서 현 총장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국립대학교 역사상 가장 긴 휴교사태를 낳은 이번 문제는 프란시스꼬 바르네스 전총장이 '대학 개혁안'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 개혁안에는 등록금 인상, 우남대부속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국립대 자동입학 폐지, 입학정원 축소, 졸업연수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개혁안들 중에서 학생들의 반발을 가장 크게 산 것은 결국 등록금인상 문제였다. 지난 50년간 우리 돈으로 25원만 내던 한 학기 등록금을 689페소(약 8만2천원)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인상액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우남대 한해 예산 105억 페소(한화 1조2500억원)의 0.8%에도 못 미친다. 국립대 예산의 92%는 정부 보조금이며 나머지 8%는 자체 수입으로 충당된다. 예를 들면 장기 휴교사태가 있었던 지난해에도 약 6천만 페소(약 71억원)의 기부금을 졸업생 및 기업으로부터 받았다.

문제의 등록금 인상안이 작년 3월 바르네스 전총장 주도하에 통과됐고 학생들은 멕시코헌법에 명시된 "국립대 무상교육" 조항을 들고 나왔다. "가난한 이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 중에서 일부 급진적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농성위원회(CGH)'를 조직했고 급기야 10개월간 학교가 문을 닫는 사태로 번졌다.

사태수습을 위해 바르네스 총장이 물러났고 보건부 장관을 지냈던 라몬 델라 푸엔테 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장기휴교사태가 빚은 멕시코국립대의 손실은 엄청나다. 보험회사가 산출한 피해액만도 7억 페소(830억원)에 이르며, 국내 연구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대학 연구소들이 장기간 문을 닫았다. 많은 국립대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 사립대로 전학했고 올해의 경우 예년에 비해 국립대 지원자가 반으로 줄었다. 이밖에도 멕시코국립대 졸업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몇년 전부터 나타난 우남대 졸업생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됐고 이에 대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국립대 교육의 질적 저하를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 학교와 일부 과격학생들이 대립하는 궁극적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측 주장은 정부예산 축소로 더이상 23만 학생의 초대형 대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으며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 주장은 다르다. 문제의 '대학 개혁안'은 세계은행의 사주를 받은 멕시코정부가 국립대 무상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버리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결국 이들의 투쟁은 멕시코 사회가 냉엄한 신자유주의 시장질서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오는 진통으로 볼 수 있다.

황태준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hwangbe@m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