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옥스퍼드大 지역차별入試 도마 올랐다

  • 입력 2000년 5월 30일 23시 48분


세계적 명문대학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지방 공립학교 출신의 수재 여학생을 애매한 이유로 낙방시켰다가 뒤늦게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 각료들은 옥스브리지로 불리는 명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이 고루한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고 연일 공격하고 있으며 보수당은 옥스브리지를 항변하고 있다.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은 이같은 공방이 ‘계급 투쟁’ 양상마저 띠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잉글랜드 북부 지방 공립학교 출신인 로라 스펜스(18·여)가 최근 영국 대학입시에서 10과목 A학점을 받고도 옥스퍼드대의 면접시험에서 떨어지면서 비롯됐다. 스펜스는 미국 하버드대에 다시 응시해 보란듯이 합격증과 함께 6만5000파운드(약 1억3000만원)의 장학금까지 약속받았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25일 전국노조연맹 총회에서 연설하다가 “스펜스 사건은 두말할 나위 없이 스캔들 감”이라며 “재능보다는 타고난 특권을 더 중시하는 옛날식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로빈 쿡 외무장관도 26일 “이튼이나 해로 같은 명문사립고등학교와 옥스브리지를 졸업한 사람들이 정부요직과 외교관직들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사회 각 계층에 명문대학 문호가 개방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당수는 “나도 공립학교를 나왔지만 옥스퍼드에 들어갔다”면서 “노동당 정부가 위선적이고 계급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존 프레스컷 영국 부총리는 30일 “옥스브리지가 문호 개방 등 개혁에 소극적이면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대규모 교육 의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두 학교를 제외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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