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야권, 대선결과 불복 시위격화…후지모리 3選 성공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대선 당시 투개표 부정시비와 결선투표시 야당후보 불참에 따른 혼란이 계속된 가운데 28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선결선투표는 일본계 이민 2세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수만명의 야당지지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투표 무효를 주장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다 미국 등 인근 국가는 후지모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어 페루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28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9일 전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알레한드로 톨레도 야당후보가 선거부정 가능성을 이유로 투표 연기를 주장하며 결선 참여를 거부했으나 단일후보 선거를 강행했다. 50%가량 개표가 끝난 상황에서 후지모리는 50.3%를 득표했으며 톨레도후보도 16.2%의 지지를 받았고 나머지 33%는 무효 처리됐다.

투표를 하지 않은 톨레도 후보는 “이번 결선 투표는 한쪽 편이 일방적으로 심판을 고른 뒤 하는 축구경기나 마찬가지로 사기극”이라며 결선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시민이 거리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여 주요 도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발사한 최루탄 연기로 자욱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대통령궁으로 몰려가 경찰과 대치하며 돌과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아르헨티나 등은 페루 정부의 결선 투표 강행을 강력히 비난하고 페루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페루와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이미 채택했다. 페루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이번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외무장관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후지모리는 누구?

야당의 투표 연기 요구를 무시하고 28일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강행해 3선 연임에 성공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62)은 일본인 이민 2세 출신이다.

대학 총장까지 역임한 학자 출신이지만 전국대학총장연합회 회장이 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990년 ‘캄비오 90(개혁 90)’이라는 신당을 급조해 같은 해 실시된 대선에서 당시 여당 후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근소한 표 차로 따돌리고 대통령이 됐다. 95년 대선에서는 유엔사무총장 출신인 하비에르 데 케야르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재선됐다.

그는 첫번째 임기 중반이던 92년 정정이 아주 불안해지자 군부의 지지 아래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는가 하면 에콰도르와 국경분쟁이 생기자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철권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리마의 라 몰리나 농업대학,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각각 수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귀국한 뒤 리마 국립농대에서 교수생활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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