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내무, 獨 유럽연방 구상 '나치 잔재' 발언 파문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54분


장 피에르 슈벤망 프랑스 내무장관이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내세운 유럽연방 구상을 ‘나치즘의 잔재’라고 비난했다가 프랑스 정가의 입방아에 올랐다.

슈벤망 장관은 21일 “피셔 장관의 유럽연방 건설 제안 배경에는 게르만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독일인들의 향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독일이 아직도 나치즘을 극복하지 못했다는뜻”이라고 혹평했다.

19일 랑부예 정상회담에서 유럽통합을 향해 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고 확인한지 불과 이틀 만에 터져나온 이런 돌출 발언에 당황한 프랑스 정치인들은 좌우를 따질 것 없이일제히 슈벤망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파 공화국연합(RPR)은 성명을 내고 “가까운 이웃이고 유럽통합을 이끄는 특별 파트너인 독일을 그렇게 폄훼해서는 프랑스가 7월1일부터 유럽연합(EU)의 의장국을 맡을 수 없는 일”이라며 리오넬 조스팽 총리에게 슈벤망 장관의 발언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도 “독일의 탁월한 정치인에게 ‘나치 문화로 회귀하려는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프랑스 정치지도자들이 슈벤망 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태가 심각하자 슈벤망 장관은 22일 “내 발언이 지나치게 편협했고 나치즘은 독일 역사에서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사과하고 “유럽의 미래는 돈독한 독일과 프랑스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슈벤망 장관의 발언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피셔 장관이 내놓은 단일국가 형태의 유럽연방 구성 제의를 달가워하지 않는 프랑스 정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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