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셰퍼드박사 아내살인 누명 끝내 못벗어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 아슬아슬한 도피 행각을 벌이는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1960년대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도망자’. 국내에도 방영됐던 이 드라마의 실제 인물은 끝내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미 오하이오주 쿠야호가카운티 법원은 ‘도망자’의 모델이었던 샘 셰퍼드박사가 숨진 지 30년 만에 열린 무죄선고 청구공판에서 “아버지는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다”는 아들 리스 셰퍼드(53)의 주장에 대해 “결백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기각했다.

리스는 아버지가 무죄선고를 받으면 오하이오주 정부에 200만달러(약 22억원)의 배상금도 요구할 계획이었다.

‘셰퍼드사건’은 이렇다. 1954년 당시 30세 신경외과 의사 셰퍼드는 자신이 바람피운 사실이 들통나자 부부싸움 끝에 임신 4개월인 아내 마릴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셰퍼드는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갔지만 아내는 이미 숨졌고 나도 누군가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와는 달리 셰퍼드는 도망치지 않았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10년을 복역하다가 재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출감 후 알코올중독으로 폐인이 된 그는 70년 46세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다. 숨을 거두면서도 그는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발생 당시 일곱 살이던 아들 리스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97년 무죄선고 청구소송을 냈다.

온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여러 권의 책으로도 출간됐다. 1993년에는 ‘도망자’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을 맡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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