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옐친―고르비 종신 상원의원 추진

  • 입력 2000년 4월 13일 18시 55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말 퇴임한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을 종신상원의원으로 추대하려 하고 있다.

하원 제3당인 우파연합(SPS)은 두 사람을 당연직 연방회의(상원)의원으로 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라고 러시아 일간지 노비예 이즈베스티야가 12일 보도했다.

옐친이 종신상원의원이 되면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처럼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정계복귀에 해당한다. 전직대통령의 면책 특권에 이어 또 다른 사후보장을 받는 셈.

SPS의 주도세력은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총리와 보리스 넴초프 하원 부의장 등 과거 옐친의 총애를 받던 30, 40대 소장 개혁파. SPS는 야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당선자와 가깝고 대선에서도 푸틴을 지지했었다. 이 때문에 푸틴이 후계자로 지명해준 옐친에 대한 보답으로 법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상원의원은 모스크바시장 등 89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으로 현재 178명. 2명의 전직 대통령을 추가해 정원을 180명으로 늘리자는 것이 법안의 요지. 러시아 상원은 하원이 결의한 법안을 골라 재심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명예직에 가까운 다른 유럽국가의 상원과 달리 힘이 막강하다.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지지자와 사별한 라이사 고르바초바 여사에 대한 추모의 여론을 고려해 끼워 넣었다는 말도 있다. 옐친이 사냥터까지 딸린 대통령전용별장에 사는데 비해 고르바초프는 작은 아파트에 살며 중형차를 타고 다닌다. 경호원도 단 두 명. 퇴임 후 생활비조차 없어 자서전 출간과 해외강연, 피자헛 등의 광고출연료 등으로 지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