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國 웹사이트로 여권-학위장사 국제사기꾼 적발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44분


존재하지도 않는 국가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만든 뒤 가짜 여권과 학위 운전면허증 등을 만들어 거액을 받고 팔아온 국제 사기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스페인 경찰은 11일 인터넷에 ‘시랜드(Sealand)’라는 이름의 국가 웹사이트를 개설해 사기를 친 프란시스코 트루히요(46) 등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트루히요는 얼마 전 인터넷에 시랜드가 영국 런던 동쪽 하위치항에서 10km 떨어져 있는 ‘해상 공화국’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독립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자신이 시랜드의 통치자라면서 인구가 16만명에 이른다고 떠벌려 웹사이트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이 국가의 존재를 믿도록 했다.

트루히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랜드에서 발행하는 외교관 여권과 운전면허증 대학학위 등을 팔겠다는 광고까지 냈다. 그는 세계금융시장의 투자자들에게도 시랜드가 조만간 해상 첨단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거짓정보를 흘렸다.

스페인 경찰은 세계 각국에서 신분증 등을 사려는 주문이 쏟아져 개당 6000달러가 넘는데도 날개돋친 듯 전세계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렇게 팔린 여권 가운데 4000여개가 한꺼번에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1997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앤드루 쿠나난도 시랜드의 여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경찰은 가짜 외교관 여권을 사들여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장관이나 외교관 행세를 해 온 외국인 60여명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시랜드는 영국 근해에 있는 모래톱을 가리키는 지명.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에 대비해 대공포대가 설치된 적이 있으나 사람은 살 수 없는 곳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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