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기민당, 첫 여성총재 탄생…메르켈 압도적지지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독일 기민당(CDU)은 10일 에센에서 열린 13차 전당대회에서 안겔라 메르켈 사무총장(45)을 대의원 942명 중 935명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임기5년의 총재로 선출했다. 최초의 여성 총재를 탄생시킨 것.

메르켈은 총재직 수락 연설에서 “비자금사건으로 실추된 당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2002년 총선 승리를 통해 당개혁과 민주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기민당은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진보적인 인물로 교체했고 당 재정위원장에 도이체방크 간부 출신 올리히 카르텔리에리(62)를 선임, 당의 세대 교체와 재정 투명성 의지를 표명했다.

메르켈 신임 총재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비자금 사건 때문에 밑바닥으로 떨어진 당에 대한 지지 회복. 그는 문제가 된 검은 돈의 유입을 막기 위해 기업 기부금 대신 당비와 국고 보조금만으로 당을 운영할 뜻을 밝혔다.현재 집권 적녹연정이 추진중인 외국인의 장기 체류 허용, 그린카드제 도입과 국적법 개정 등 외국인 관련 문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끝까지 반대할 생각이다.

두번째 과제는 그가 동독 출신 독신 여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 깊어지는 동서독 지역 갈등으로 동독 주민에 대한 서독 주민의 편견이 그에 대한 개인 감정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인 상대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그가 국민에게 부드럽고 추진력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기민당은 2002년 총선에서 충분히 정권을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헬무트 콜 전총리의 후광 속에 성장해 정치력을 아직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독일 국민은 그와 기민당의 앞날에 적지 않게 회의적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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