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모리新時代]美-中러 현안따라 미묘한 입장차이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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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는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 출범 후 국제관계에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모리 총리가 취임 후 일단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의 정책을 이어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리 총리가 외교경험이 적은데다 지명도가 높지 않아 당분간 신중히 지켜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조 록하트 미 백악관대변인은 5일 “빌 클린턴 대통령은 모리 총리와 곧 접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는 어려운 시기를 맞은 모리 총리와 모든 면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던 모리 총리와 오랫동안 긴밀히 협력해 왔다”고 논평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현재 양국간에 특별한 악재가 없어 총리교체가 미일관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쪽에서 볼 때 태평성대만은 아니다. 오키나와(沖繩)미군기지 반환문제와 주일 미군 분담금을 줄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일본의 요구에 소극적이다. 또 미국의 경제개방 압력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것도 현안이다.

중국측도 양국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은 모리 총리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는 것은 양국과 양국 인민, 아태지역의 이익과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경계의 시선도 있다. 그것은 모리 총리가 자민당 내 ‘친대만계’로 분류되던 기시파(岸派)와 후쿠다파(福田派)의 맥을 잇고 있는 탓이다. 중국 법제일보는 “오부치와 마찬가지로 모리 역시 친대만파인만큼 중일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논평했다.

중국측은 일본이 달라이 라마와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방일을 허용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중국측은 외교경로를 통해 두 사람의 방일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이 사안은 연내성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주룽지(朱鎔基)총리의 방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역사 인식문제’도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1998년 11월 장쩌민 주석은 방일시 일본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수차례나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중국측은 난징(南京)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 민간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 외무부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차관은 “28∼30일 러시아에서 열기로 합의한 러일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모리 내각이 전임내각과 마찬가지로 러일관계의 발전을 희망한다는 증거”라고 논평했다. 모리 총리에게 첫 외유이자 첫 정상회담인 탓에 이 회담은 모리 총리의 외교적 수완을 가늠해 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일 간에는 현안이 있다. 북방 4개 섬 영유권 문제와 평화협정체결 문제다. 1988년 당시 일본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와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2000년까지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정정불안과 옐친의 건강문제로 별 진전이 없었다. 일본은 이 사안에 적극적이지만 러시아는 소극적이다. 러시아측은 따라서 정치적 측면보다 경제분야에서의 관계개선이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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