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배아복제 허용 검토…연구-치료목적-윤리논쟁 재연될듯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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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의학연구 및 환자치료를 목적으로 한 인간배아의 복제를 허용할 것으로 알려져 인간복제를 둘러싼 윤리논쟁이 다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의료전문가들로 구성된 한 전문가 위원회는 최근 내부장기 등 신체의 일부를 얻기 위한 배아복제가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정부가 배아복제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각료들이 연구 및 치료목적의 배아복제 금지조치를 해제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앞으로 배아복제를 통해 신장 간 심장 등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치료 등을 위해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와 배아연구를 공식 허용한 나라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도 98년 11월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국회에 계류중인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에서 체세포 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정부의 의료정책 책임자인 리암 도널슨 박사가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는 배아복제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이 윤리적 논쟁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배아복제를 통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관련법률의 개정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영국 정부는 배아복제를 공식 허용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치료용의 배아복제와 인간 자체의 복제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먼저 설득할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 위원회가 다음달 제출할 보고서는 윤리논쟁을 피하기 위해 치료를 목적으로 배아복제가 허용되는 조건을 엄격히 규정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복제된 배아를 대리모에 착상시키는 것은 금지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면 태아로 자라 ‘인간복제’가 되기 때문. 이 때문에 배아의 대리모 착상은 엄격히 금지하고 시험관 등에서의 체외연구 및 활용만 허용된다는 것.

환자치료를 위해 배아복제를 하는 경우 먼저 환자의 체세포에서 세포핵을 추출한 후 세포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한다. 체세포핵이 이식된 ‘복제 수정란’은 자연수정란과 같이 세포분열을 거쳐 배아로 자라게 된다.

영국 전문가위원회가 정부에 허용을 요청할 예정인 ‘치료용 배아복제 연구’는 이처럼 복제된 수정란이 자란 배아에서 신장 심장 골수 등으로 자랄 간세포(stem cell)를 배양해 해당신체 일부를 얻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때 사용된 배아는 이식용 조직이나 기관을 제공하기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 의학계는 희생된 배아는 인간으로서 독립된 개체로 볼 수 없으므로 윤리적으로 별 문제가 없으며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종교계 등에서는 배아도 하나의 생명이며 궁극적으로 배아복제 허용은 인간복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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