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이념 확산위해 "美 CIA 냉전때 문화조작"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냉전시대에 구소련에 맞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려고 문화조작에 나선 사례를 낱낱이 폭로한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여성 언론인 프랜시스 스토너 산더스가 지난해 내놓은 ‘문화냉전-CIA와 예술 및 문학 세계’가 내달 미국에서도 출간된다면서 18일 소상하게 소개했다.

CIA는 1950년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이 세상을 떠나자 대리인을 내세워 그의 부인에게서 영화판권을 몰래 사들였다. 문제는 이 작품을 할리우드 만화영화로 만들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모두 비판했던 원작을 바꾼 것.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간의 착취 부분을 삭제한 반면 돼지로 상징된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만을 확대시켰다.

이런 조작은 오웰의 또 다른 소설 ‘1984년’을 영화로 만들 때도 나타났다. 원작 내용을 바꾸지 말라는 오웰의 유언이 있었음에도 주인공이 “빅 브러더를 사랑했었다”라고 하는 원작의 마지막 표현이 영화에서는 “빅 브러더 타도”로 둔갑했다.

산더스는 “이는 CIA가 1940년대 말부터 1967년경까지 광범위한 문화조작에 나섰음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산더스는 또 “이미 알려진 대로 CIA는 영국 잡지 ‘엔카운터’와 프랑스에 본부가 있는 ‘문화적 자유회의’에 자금을 대 지식인 및 문화계 인사를 반공전선에 동원했고 나아가 돈을 대준 많은 잡지에 미 외교정책 비판기사를 싣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산더스는 “60년대 말 CIA의 비밀자금 지원이 드러나자 관련 지식인들이 ‘CIA가 개입된 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엔카운터의 편집인 등 상당수는 CIA의 돈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썼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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