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들 '은행지도' 새로 짠다… 소프트방크 "벤처탈출"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제조업 정보통신업 유통업 등 비금융 분야 간판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은행업에 뛰어들면서 일본 은행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2차 대전 후 신규 설립 제한과 보호행정의 우산 아래 무풍지대로 영업해 왔던 일본 은행계의 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보화의 선두주자인 소프트방크. 이회사는 지난 달 하순 일본 최대 리스업체인 오릭스 및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998년12월에 파산한 일본채권신용은행을 인수했다. 소프트방크는 이 은행은 견실한 중견 및 중소기업, 인터넷관련 벤처기업을 주 대출대상으로 삼고 있다. 소프트방크는 인터넷에 개설하는 ‘사이버 은행’ 사업도 4월부터 시작한다. 소프트방크가 작년 봄 ‘1999년은 증권의 해, 2000년은 은행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했던 것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셈.

일본 최대 유통그룹 이토요카도는 작년 11월 금융감독청에 은행면허 신청을 하고 그룹 내에 은행설립준비팀을 만들었다. 이토요카도가 만들려는 은행은 예금이나 대출업무를 안하고 현금자동출납기(ATM) 수수료 수입만을 겨냥하는 ‘결제전문은행’.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점포 망 등에 1만대 이상의 ATM기기를 깔고 영업할 계획이다. 5년 후부터 연평균 504억엔(약504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수입은 국채 매입 등에 운용할 계획.

전자업계의 선두주자 소니도 작년말 은행업 진출을 선언하고 금융서비스 사업준비실을 만들었다. 소니가 추진중인 은행은 점포가 전혀 없는 인터넷은행이며 인가가 나면 내년 봄부터 영업한다. 비용이 거의 안들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은행보다 예금금리는 높게, 수수료는 낮게 적용한다. 영업이 궤도에 오르면 VIP고객 자산관리 대행도 한다. 강력한 소니 브랜드를 무기삼아 5년내에 100만계좌, 1조엔 예금유치가 목표.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도 은행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거나 기존 은행과의 제휴를 저울질하고 있다. 도요타는 계열 도요타 파이낸스를 통해 1월에 주택자금대출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독자적인 신용카드도 발행한다.

오릭스는 소프트방크와 함께 일본채권신용은행을 인수한 외에 야마이치증권에서 인수한 오릭스 신탁은행을 통해 정기예금 통신판매를 시작했다. 금융계나 정계에서는 대기업들의 은행진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안전하지도 않고 수익성도 없는’ 기존 은행에 실망한 국민들이 새 은행에 거는 기대가 커 대세의 흐름은 도도하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