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전자상거래 쇠락]美 新경제 '적자 악몽'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밸류 아메리카(Value America)는 미국 전자 상거래의 문을 연 개척자 가운데 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성공담은 눈부시다. 1997년 13만4000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98년 4150만달러로 치솟으면서 창업자 크레이그 윈의 인터넷을 이용한 판매모델이 ‘유통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29일 600명의 직원 중 절반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74달러에 이르렀던 주가는 5달러로 폭락했다. 경영부진으로 창업자 윈조차 회사를 떠났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5일 ‘신경제의 악몽’ ‘손실의 거미줄(Web)’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지난해 말 쇼핑시즌에 몰아닥친 전자상거래의 광풍이 지나간 뒤 경영난에 허덕이는 미 인터넷 유통업계의 이면을 조명했다.

윈은 박리다매의 판매기법을 개발한 프라이스클럽의 경영 컨설턴트였다. 이어 미 유통업계는 최대 슈퍼마켓인 월마트 주도로 잘 팔리는 물건만 준비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기법으로 발전했다. 윈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재고자체를 없앨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밸류 아메리카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생산회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과 미 굴지의 택배회사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와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한때 밸류 아메리카의 주식 시가총액은 3억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기세 좋던 회사가 왜 갑자기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을까. 밸류 아메리카가 취급한 품목은 2000여개가 넘었다. 주문한 물건을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배달하고 있는지 중간에서 확인할 길이 없었고 실제로 많은 물건이 제 때 배달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반품한 물건은 생산회사가 아니라 밸류 아메리카의 창고에 쌓였다. 신용카드로 판매한 물품대금을 회수하는 데는 최소 45일이 걸려 자금 흐름도 원활하지 않았다. 이 결과 지난해 들어 9개월 동안 1억298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비슷한 이유로 여성용 물건을 취급하는 위민닷컴(Women.com)이나 시 게츠 드레스트(She Gets Dressed)는 아예 문을 닫았다. 장난감 전문인 이토이스(Etoys)는 지난해 4·4분기 손실액 증가폭이 판매신장률을 넘어섰다.

최대 인터넷 서점이자 소매점인 아마존닷컴(Amazon.com)조차 최근 3개월여 동안 주가가 40%나 하락했다.

경쟁 인터넷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andnoble.com)은 지난해 10월 23.25 달러였던 주가가 3일 현재 8.93달러로 폭락했다.

6년째 전자상거래에 종사해 이 분야에서는 견실한 회사로 평가받던 사이버숍(Cybershop)사는 지난해 3·4분기 판매량이 감소한 사실을 감춰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미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분석가 헨리 블로제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인터넷 소매는 가장 성공하기 힘든 모델인데 기업인들이 그동안 인터넷 광풍에 휩싸여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앤디 할리데이는 “아직도 전자상거래의 성장가능성을 믿지만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 효율적인 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몇 개의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