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화해의 봄바람'… 클린턴, 개혁파에 축하메시지 전달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79년 이후 앙숙 관계였던 미국과 이란 사이에 화해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이란 총선에서 압승한 개혁파가 미국과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미 정부도 ‘적절한 화답’을 검토하고 있다.

개혁파 핵심정당인 이슬람 참여전선(IIPF) 레자 하타미 당수는 22일 “미국과의 대화가 범죄행위는 아니다”며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친동생으로 차기 의회 의장감으로 꼽히고 있는 하타미당수는 외국방송 시청을 막기 위해 95년 만들어진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설치 금지법을 곧 폐지하는 등 국제사회와 자유로운 정보 교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화해 제스처에 대해 미국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총선 이후 이란의 상황 전개를 관찰하면서 양국 관계개선을 위해 적절한 화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이란 국민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거나 이란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방안, 또는 미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79년 이슬람혁명에 뒤이어 발생한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억류 사태로 관계가 악화돼 80년 4월 단교했다. 미국은 96년 미 TWA항공기 폭파사건이 터지자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개혁파인 하타미대통령이 97년 집권하면서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천명한 이래 양국은 레슬링 농구 경기를 잇따라 여는 등 조금씩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

<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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